"난 처벌 안 받잖아"…촉법소년 흉악범죄 작년에만 11% 늘었다 - 매경 21.09.02
흉폭해지는 10代 범죄
청소년 특수강도 갈수록 늘어
재범자 절반이 전과3범 이상
전자발찌 범인도 소년범 출신
초범 때 교정·교화 시급한데
보호관찰, 범죄예방효과 미미
대선주자들 "소년부 송치 제한"
◆ '법의 사각지대' 촉법소년 ◆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 모씨(56)의 첫 범행은 불과 만 17세 때였다. 당시 특수절도로 징역형을 받고 출소했다. 그러나 그때 경험이 그의 재범을 막지는 못했다. 강씨는 이후 7회 더 실형 복역했고 강도상해·성범죄 등으로 범행의 대담함을 키웠다. 실형 총 23년에 보호감호 4년을 합하면 수용 기간만 27년에 달한다.
지난 7~8월에는 A군(13) 등 초·중학생 5명이 서울 영등포구와 은평구를 중심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오토바이 3대와 차량 2대를 훔치고 무면허 운전을 하는 등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은 검거 과정에서 경찰관을 매달고 도로를 1㎞가량 달리거나 경찰관에게 욕을 하고 진술을 거부하는 등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군 등은 자신들이 촉법소년이어서 강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이 같은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재범률이다. 지난해 보호관찰 중인 소년범 100명 가운데 14명이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통계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범죄인을 교정시설에 구금하는 대신 보호관찰관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의 보호관찰제도가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한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2020년 보호관찰 대상자 중 소년 범죄자 재범률은 13.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5%) 대비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또 최근 3년간 전체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7.2~7.3%로 정체되고 있지만 소년 재범률은 12.3%, 12.8%, 13.5%로 순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청소년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증가세는 더욱 큰 셈이다.
재범을 저지른 보호관찰 대상자의 범죄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죄명별 재범률 집계 현황은 △절도 △사기·횡령 △교통 △폭력 △경제 등의 순으로 모두 10%를 넘겼다. 또 강력사범과 마약사범 재범률도 각각 9.5%, 9.2%로 나타났다.
경찰이 통계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한 범죄 유형에서도 죄질은 여전히 악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인원이 감소한 강력범도 특수강도 비중은 41%로 전년(36%)보다 높아졌다"며 "그 유형이 가출팸, 성매매와 연관되거나 혼성그룹을 형성한 뒤 조건만남을 빙자해 금전을 갈취하는 수법이 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청소년 도박과 마약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마약사범은 지난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관련 통계에서 소년범 재범률이 최근 3년간 평균 33%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특히 이 기간 재범자 중 전과 3범 이상 비율이 전부 절반 이상을 기록해 재범 현상이 강화되기 전 초범 단계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소년사범 단계에서 경찰이나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사례를 보면 이미 여러 차례 비행이 반복돼 오는 사례가 많다"며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러 교정·교화의 기회를 놓치는 아이들을 줄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보학 전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장은 "촉법소년을 비롯한 미성년자 범죄를 두고 기준 연령을 낮추거나 처벌 수위를 높이면 범죄 억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오히려 소년범들은 성인범보다 형벌로 인한 범죄 억제력이 더 약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 조정하고, 심각한 중범죄나 반사회적 범죄에 대해서는 소년부 송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SNS에 "피해자 대부분 역시 또래의 소년이며, 범죄로 인한 상처와 트라우마는 평생을 안고 가야 한다. 이제 촉법소년 범죄도 강경을 따져 볼 때"라고 적었다.
■ <용어 설명>
▷촉법소년 :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청소년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형사 처벌 대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정희영 기자 / 이진한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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