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기시다, 몸통은 아베…日 새 내각 출범-매경211004
결선투표 이합집산 결과로
도움 준 파벌에 자리 안배
핵심 재무상·관방장관은
아소파·호소다파에 배분
아베 친동생 `기시` 유임
경제안보 각료 신설 나서
내각에 `아베 파워` 여전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4일 제100대 일본 총리로 지명돼 새 내각을 이끌게 된다.
그는 최근 단행한 당 주요 직책의 인사에서 선거에서 도움을 준 호소다파(의원 96명)·아소파(53명)와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등을 배려하는 모습을 표출한 상태로, 내각 구성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재는 재무상 자리에 아소가 이끄는 아소파의 스즈키 슌이치 전 총무회장을 임명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내각의 '입'인 관방장관에는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상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소다파는 아베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케시타파(51명)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호소다파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유임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시 방위상은 아베의 친동생으로 외가에 입양됐다. 국토교통상에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부대표가 유력하다. 신설된 경제안보담당상에는 고바야시 다카유키 의원(니카이파)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규제 관련 담당인 경제산업상에는 아베 측근으로 분류되는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호소다파)이, 저출산·지방창생 담당상에는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와 경쟁했던 노다 세이코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상에는 가네코 야스시 의원(기시다파), 법무상에는 후루카와 요시히사 의원, 후생노동상에는 고토 시게유키 의원 등이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상에는 아소파인 마키시마 가렌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투표 끝에 기시다가 당선되는 데는 아베와 아소, 호소다파·아소파·다케시타파 등의 지원이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 주요 직책 인사나 내각 구성에서 이들을 배려하는 인선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 후보로 맞붙었던 인사들은 기시다를 필두로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 아베가 지지한 다카이치 사나에 등이었다. 고노가 소속돼 있는 아소파의 경우 선거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고노가 아닌 기시다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결선투표에서 기시다와 다카이치가 사실상 연대한 것으로 보인다. 각 파벌을 상대로 기시다가 정치적 성의를 표시해야 할 부담이 이번 조각 작업을 좌우하는 양상이다.
지난 1일 발표된 자민당 주요 직책도 이런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부총재에는 아소가, 당 4역 중 핵심인 간사장에는 아마리 아키라 의원이 임명됐다. 아마리는 아베·아소와 함께 머리글자를 따서 '3A'로 불리며 아베 2차 정권에서 중요 역할을 했다. 아소파인 아마리는 이번 선거에서도 기시다 진영의 선거대책본부 고문을 맡아 아베·아소 등과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정무조사회장에는 아베를 계승한다고 평가받는 다카이치 의원이, 총무회장에는 호소다파인 후쿠다 다쓰오 의원이 지명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같은 자민당의 당직 인선에 대해 야당에서는 '기시다의 얼굴을 한 아베 내각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작년 9월 출범한 스가 요시히데 내각은 재무상 등 전임 아베 정권의 각료를 11명이나 유임시키며 '아베 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일경제신문 21.10.04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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