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法 6년만에 소위 통과…의협 "헌법소원 불사"
논란 끝에 2년 유예 두고 시행
의협 "개인 기본권 침해" 반발
유출·고위험수술 기피 등 우려
환자단체는 개정안 통과 반색
"의료사고 은폐 근절 기대감"
의료계 반발로 국회 논의가 1년 이상 지연됐던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19대 국회 시절인 2015년 법안이 발의된 이후 21대 국회가 출범하고 나서 작년 7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법안을 다시 발의했고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거친 끝에 6년 만에 상임위 문턱을 넘어서게 됐다. 민주당은 이르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날 복지위는 법안심사소위·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수술실 CCTV법'을 가결했다. 개정안은 전신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수술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대리수술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 응급수술 등 일부 예외 조항을 제외하면 병원장·의사는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CCTV 설치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개정안은 의료계의 반발을 감안해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비록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의료계는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법안이라며 강력 반발한 반면 그동안 법제화를 줄곧 주장해온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유령수술,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근절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적극 환영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약 80%가 수술실 CCTV 법안에 찬성한다는 내용이 발표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치 권력이 전문가 집단의 자율적인 발전과 개선 의지를 부정하고 세계 최초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의결했다"면서 "환자의 건강과 안전, 개인의 존엄을 훼손하며, 의료가 지향해야 할 환자 안전에 대한 가치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탁상공론으로 조잡하게 마련된 방안으로 의사들을 옥죄고 있다"며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현 법안의 위헌성을 밝히고 헌법소원을 포함해 법안 실행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CCTV를 설치하면 수술을 하는 집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영상물로 남게 된다는 사실이 불쾌할 뿐 아니라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의사 입장에서 위험도 높은 수술 자체를 아예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우 소장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로 전국 1만여 의료기관에서 수술 후 영상물을 보관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물리적으로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의 민감한 신체 촬영 영상 유출·해킹 우려와 관련해 촬영은 반드시 환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고, 촬영된 영상은 조정·중재·수사·재판 등 법률에서 정한 특별한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고, 위반 시 중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3단계 보호장치가 법안에 포함돼 있다"며 의협 주장을 일축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신문 21.08.24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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