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써야 이기는 게임 이젠 안한다"…엔씨 유저들 떠난다

2021. 8. 31. 12:03★★IT & Science ISSUE

엔씨 신작 `블소2` 혹평 왜 많나

올초 리니지M 업데이트 철회
이용자들 불매운동으로 번져
이번엔 유료 시즌패스 사야
아이템 획득하게 했다가 뭇매

유료 아이템 많아야 승률 높은
韓 MMORPG 게임모델 위기

지난 19일 `리니지W` 온라인 쇼케이스에 나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지난해 사상 첫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던 엔씨소프트가 뭇매를 맞고 있다. '매출 1위' '흥행 불패'라는 수식어에 익숙했던 엔씨소프트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난주에만 3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을 정도다. 신작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의 부진이 표면적 이유지만 그동안 악재들이 겹쳐 발생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업계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연초부터 이상 징조는 발생했다. 올 1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문양 시스템을 업데이트했다가 이전에 수천만 원, 수억 원씩 지불하고 이 시스템을 완성했던 이용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자체를 특정 시점으로 되돌리는 '롤백'을 결정했다. 이에 린저씨(리니지+아저씨)들이 나섰다. 엔씨소프트가 대다수 이용자보다 소수의 고액 과금 이용자들을 우선 선택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와의 갈등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게임시장을 뒤흔들었던 '확률형 아이템' 논란까지 겹쳤다. 엔씨소프트 본사, 엔씨 다이노스 창원 홈 구장에 시위 트럭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진 것도 이때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로 신작 개발마저 지연됐다. 3월에 출시될 예정이었던 '트릭스터M'은 5월에 나왔지만 반응은 차가웠고, 상반기 중 출시를 목표로 했던 '블소2'도 8월 말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악재가 겹치면서 엔씨소프트는 고정석과도 같던 모바일 게임 매출 1위 자리마저 내줬다. 6월에 나온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야심작 '블소2'마저 출시 직후 반응은 험악하다. 당초 '블소2'는 김택진 대표가 직접 최고창의력책임자(CCO)로 참여해 "액션의 정점을 찍겠다"고 밝혔던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유료 아이템이 문제였다. 시즌패스를 구매해야만 거래 가능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과금 체계가 이용자들의 기존 불신에 불을 질러놨다.

업계에서도 엔씨소프트의 이번 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올랐던 주가가 게임 출시 후 하락할 수 있지만 엔씨소프트는 너무 큰 폭이라 놀랐다"며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통해 확립해온 한국식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가 이제는 이용자들에게 지나친 피로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다른 게임사들도 함께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MMORPG에만 치중한 장르 편식과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선 돈을 써야만 하는 '페이 투 윈(pay to win)' 구조는 비단 엔씨소프트뿐만이 아닌 한국 게임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하지만 당장 이를 바꾸기는 어렵기에 자칫하면 업계 자체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리니지를 닮은 MMORPG 장르 게임들을 뜻하는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많아지면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넷마블의 '제2의 나라'는 '지브리 리니지', 카카오게임즈 '오딘'은 '북유럽 리니지'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과금제 수익 모델에 게임 지식재산권(IP)만 갈아 끼우는 식으로는 게임사들이 소수의 고액 과금 이용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IP가 고갈되고 나면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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