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8. 15:23ㆍ★★★★경제&기업 ISSUE/경제ISSUE
세계지식포럼 개막식 연사 - 마이클 샌델 교수 인터뷰
교육열 지나치게 높은 한국
승자도 패자도 압박감 시달려
성공은 100% 개인노력 아냐
능력주의 오만 경계해야
공정·능력주의 화두 놓고
韓 대선후보와 토론하고파
끝 안보이는 팬데믹 시대
택배·보건 종사자들 의존 커
양극화 좁힐 방안 고민해야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에서의 인기 못지않게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정치 철학자다. 그가 평생을 연구해온 정의, 공정에 관해 한국만큼 관심 많은 국가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것이 샌델 교수의 생각이다.
높은 교육열과 경쟁 사회를 통해 사회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성공했지만, 과열된 경쟁을 돌아보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지난해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원제 능력주의의 폭정)'에서 미국의 학벌주의와 공정하지 않은 대학 입시 제도를 비판했는데,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비슷한 비판을 꺼냈다.
샌델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한국 TV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정말 재밌게 봤다"며 "이런 과열된 경쟁은 승자와 패자의 심한 격차, 승자도 성공해야 한다는 큰 압박을 받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펴낸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대학 입시 제도에서 벌어진 부정 입학을 비판하는 한편, 부정 입학 없이 공정하게 입시 제도가 돌아간다고 해도 입시 결과는 개인이 처한 가정환경, 소득이나 자산 수준, 지역사회 등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샌델 교수는 "개인의 성공은 가족, 교사, 지역사회, 국가 등을 기반으로 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성공이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라는 착각은 능력주의가 곧 공정하다는 착각을 만들어낸다"고 경고했다. 인구의 약 70%가 대학 졸업장을 소지한 한국을 두고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교육 수준은 긍정적이며 축하할 일"이라면서도 "다만 교육이 경쟁 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경향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능력주의에 따른 분배 방식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가 확산하자 사회는 배달원, 보육원, 간호조무사 등을 필수 노동자로 분류했다"며 "사회가 이들에게 충분한 급여나 사회적 인정을 제공하고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헤지펀드 매니저나 증권가 트레이더는 의사나 간호사보다 800~900배 높은 연봉을 벌기도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보다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800~900배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이런 식으로 사회적 기여와 소득 분배가 어긋난 상황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되물었다. 그는 "흔히 '우리는 팬데믹을 함께 겪고 있다'고 말하지만 직업별·계층별로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은 다르게 체감된다"며 "배달기사, 교사, 의료종사자는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일하고 있다"고 차이를 강조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함에 따라 팬데믹으로 인한 소득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급여소득자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반면, 자영업·서비스업 부문에선 고용과 소득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기본소득은 어떤 효과를 가질까. 샌델 교수는 "팬데믹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활용된다면 소득 안정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며 긍정적인 기대를 표했다.
그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보편적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임금이 충분히 높아야 근로자들이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팬데믹이 아닌 상황에 일자리 소멸을 전제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방안에는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인공지능과 이를 통한 노동·일자리 소멸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주장한다"며 "모든 사람은 노동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존엄성을 획득하는 만큼 이런 방식의 기본소득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 중 하나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 소멸과 이에 따른 소득 재분배 필요성인데,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폈다.
샌델 교수는 "내가 거둔 성취는 온전히 내 노력 덕분"이라는 능력주의의 환상을 공격한다. 그는 "승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행운 덕에 그들이 승리할 수 있었는지 일깨워줘야 한다"며 "그러려면 승자를 포함해 사회에 겸손의 미덕이 더 널리 퍼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샌델 교수는 오는 9월 14일 열리는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 연사로 설 계획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의견을 밝힌 뒤 한국의 유력 정치인과 토론도 진행할 계획이다. 샌델 교수는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서 대통령 후보를 포함해 한국의 유력 정치인과 토론을 벌이고 싶다"며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 대해 깊게 배울 수 있는 굉장히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샌델 교수는 지식포럼 참가자와 매일경제 독자를 위해 본인 자택 집무실의 책상도 공개했다. '야구광'인 그의 책상 위에는 야구공이 하나 놓여 있다. 이 야구공은 한국 방문 당시 구본능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부터 받은 사인공이다. 그는 "한국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시구를 했을 때 받은 공"이라며 "책상 위 기념품으로 갖고 있지만 나는 아무도 삼진아웃을 시키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의 책상에서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망원경이다. 그는 정원에 세워둔 모이통에 찾아오는 새를 관찰하는 취미가 있다. 샌델 교수는 "어떤 새들이 오는지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 샌델 교수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스테디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다. '공정'이라는 화두를 두고 각계각층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그가 최근 출간한 책 '공정하다는 착각'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그는 올해 세계지식포럼에서 공정을 두고 강연과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사 원문 : https://www.mk.co.kr/today-paper/view/2021/4939439/
"인간은 노동으로 사회기여…일자리 소멸 전제한 기본소득 반대"
세계지식포럼 개막식 연사 마이클 샌델 교수 인터뷰 교육열 지나치게 높은 한국 승자도 패자도 압박감 시달려 성공은 100% 개인노력 아냐 능력주의 오만 경계해야 공정·능력주의 화두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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