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원짜리 420만원이라도 산다"…2030 꽂히면 아낌없이 지른다

운동마니아들 크게 늘어나며
등산화·테니스화·골프화…
용도별 신발 소비도 증가세

스니커즈 한정판 잇따라 나와
17배 가격 뛴 재판매 제품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디깅(digging) 소비' 트렌드가 신발 시장에 활력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깅 소비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을 깊게 파고들며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신발 시장 규모는 6조242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3%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외 활동이 위축된 탓에 올해 신발 수요 역시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신발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취미로 삼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용도별 신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타인과 거리를 두고 할 수 있는 야외 스포츠에 적합한 신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산화가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MZ세대 사이에서도 등산을 즐겨 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산행 커뮤니티인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 도전단은 8월 현재 회원 수가 26만명을 넘어섰는데 지난해 3월 이후 매월 가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30대다. 젊은 세대의 수요 덕분에 '아이유 등산화'로 불리는 '야크343 D GTX'는 지난 5월 색상별로 3차 재주문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블랙야크 신상품 신발 라인의 매출은 7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120% 이상 성장했다.

테니스화도 MZ세대가 즐겨 찾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방탄소년단(BTS)과 가수 윤종신 등 스타들이 취미로 테니스를 즐기는 모습이 전파되면서 젊은 세대에 테니스 붐이 일었다. 휠라는 110주년 기념 한정판으로 '헤리티지 슈즈 시리즈'를 선보이며 테니스화인 '오리지널 테니스 1985'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당일 완판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덴마크 골프화 브랜드 에코(ECCO)는 지난 3월 '바이옴 하이브리드 4'를 선보였다. 가죽 생산에서 완성품까지 총 225차례의 공정을 거친 것이 특징이다. 안정성·내구성과 함께 세련된 디자인 덕에 2030세대 골퍼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한정판 스니커즈에 열광하고 수집하는 행태 역시 디깅 소비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9일 나이키의 한정판 모델을 판매하는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 'SNKRS'에서는 '에어조던1 하이 모델'을 구입할 수 있는 당첨자를 발표했다. 신발의 정식 명칭은 '조던1×트래비스캇×프라그먼트 레트로 하이 OG SP 밀리터리 블루'. 미국 래퍼 트래비스 스콧과 유명 디자이너 후지와라 히로시가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한정판 신발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브랜드는 '래플(Raffle)'이나 '드로(Draw)'라고 불리는 랜덤 추첨을 통해 한정판 신발을 발매하고 있다.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구매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가 유명 연예인이나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이는 한정판 신발의 경우 국내 매장 한 곳에서만 수천 명에 달하는 응모자가 몰리기도 한다. 열혈 팬들은 주로 MZ세대다.

이 한정판 신발 역시 당첨자 발표 전부터 카페와 블로그에서 핫 키워드로 떠오르며 인기몰이를 예고하더니 출시된 이후에는 리셀(resell·재판매) 시장에서 수요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 모델의 정가는 23만9000원이지만 리셀 시장에서는 17배 이상 뛴 420만원(사이즈 290㎜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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