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만 잘 만드는게 아니었네…영업이익률 삼성전자보다 높은 비결은 / 해외선 `제값받기` 中·러 가격 올려

2021. 8. 25. 11:19★★★★경제&기업 ISSUE/기업ISSUE

오리온 8년 가격동결 비결은

포스데이터 시스템에 투자
실시간으로 시장 반응 파악
`제로`에 가까운 반품률 달성
재고관리비도 획기적 감소

포장재 절감해 年 70억 아끼고
내용물은 늘려 소비자 만족

 

◆ 가격동결 오리온의 경쟁력 ◆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이 국내 제품의 가격을 전부 동결하기로 밝힌 23일 한 대형마트 과자 코너에서 고객이 오리온의 초코파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박형기 기자]

오리온이 2013년부터 8년이나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제로(0)'에 가까운 반품률에서 비롯된 높은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다. 원자재와 인건비·물류비 등이 올랐어도 반품률을 낮추고 포장비 등을 절감해 이익률을 높인 덕에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리온의 17%에 육박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 평균이 3~5%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게 업계 내외의 공통된 평가다. 23일 오리온에 따르면 오리온 한국 법인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역대 최고 영업이익률인 16.8%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제과업계 독보적 1위다. 동종 업계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의 영업이익률은 4~6% 수준이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13.4%)보다도 높다. 또한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분석한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 8.42%(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587개(금융업 등 제외)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의 무려 두 배에 해당한다.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이 이토록 높을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데이터의 힘'이 자리하고 있다. 오리온의 '포스(POS·판매 시점 정보 관리 시스템) 데이터 활용 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포스 데이터는 판매된 상품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 기록된 데이터를 말한다.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매출 극대화를 이뤄낼 수 있는 무기다. 오리온은 식품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포스 데이터 수집·분석·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반품률이 크게 낮아졌다. 소비 데이터를 생산 계획에 실시간 반영하면서 재고를 줄였기에 가능했다. 판매가 저조한 제품은 바로 생산 물량을 줄였다. 신제품을 출시할 때도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으면 신속히 종산을 결정해 반품 처리 비용을 최소화했다.

이에 2016년 연간 2.8%였던 오리온의 제품 반품률은 이듬해 1.4%로 뚝 떨어진 뒤 계속 하락해 2019년 0.7%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0.6% 선이다. 반품액 역시 5년 전에 비해 80% 줄었다. 제과업계의 반품률은 통상 2~3%대다. 이를 통해 절감하는 비용만 연간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소비자 반응이 좋은 제품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해 생산량을 늘려 기회를 극대화했다. 2020년 8월에 출시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은 포스 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출시 직후 높은 판매율이 포스 데이터로 나타나자 오리온 측은 곧바로 생산량 증대를 위한 설비 구축을 진행했다. 초코츄러스 전용 라인을 만들어 안정적 생산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에 한동안 매출이 정체됐던 꼬북칩은 초코츄러스맛 출시 전 대비 월평균 매출이 1.9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포스 데이터 활용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의 판매 시점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적지 않은 업체들이 시장조사기관의 정보에 주로 의존하는데, 이는 이미 한 달가량 지난 정보다. 포스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제한된 유통 채널에서만 데이터를 확보하는 수준이다.

오리온은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 슈퍼마켓까지 유통 채널별로 거미줄 같은 수집망을 구축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투자와 리더십이다. 오리온은 2014년 허인철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포스 데이터 구축에 공들여 왔다. 2015년 시스템 구축에 돌입해 끊임없이 개선 작업을 해왔다.

또한 2014년 시작한 '착한 포장 프로젝트'도 비용 절감에 큰 몫을 했다. 포장재에 들어가는 잉크와 포장재 볼륨을 줄이고 나니 1년에 70억원 정도 비용이 절감됐다. 오리온은 이 비용으로 초코파이, 포카칩 등 파이와 스낵을 증량하는 것을 택했다. 절감된 비용으로 이윤을 내지 않고 양을 늘리는 전략이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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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제값받기` 中·러 가격 올려

초코파이 등 6~10% 인상

 

◆ 가격동결 오리온의 경쟁력 ◆

 

오리온이 중국과 러시아 법인의 제품 가격은 6~10% 올리기로 한 것도 주목을 끈다. 국내 마진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해외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법인은 다음달 1일부터 초코파이 등 파이 4종에 한정해 가격을 6~10% 올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원재료인 경화유(쇼트닝)와 전분당, 튀김용 기름의 단가 인상에 따라 제조원가율이 꾸준히 상승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 법인의 가격 인상은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러시아 법인은 10월 1일부터 전 품목 가격을 약 7%씩 인상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설탕·밀가루·코코아 원가 인상뿐만 아니라 환율 하락 영향까지 더해지며 원가 상승 압박이 심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법인은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스낵류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을 감안해 가격 인상 대신 신제품 출시와 적극적 영업활동으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파이의 경우 이익률이 높아 원가 상승을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리온 해외 법인은 실적 호조를 이끄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중국·베트남에 이어 최근 러시아 법인까지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전성기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오리온의 해외 사업 성공 비결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현지화로 요약된다. 중국에서 '인(仁) 마케팅'을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한국인의 정(情)처럼 중국인도 관계에서 인을 중시한다는 점에 착안해 2008년 말부터 하오리유 파이(초코파이의 중국 명칭) 포장지에 인(仁)자를 넣는 식이다. 하오리유 파이는 중국어로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에서 초코파이는 중국 고객 추천지수(C-NPS) 파이 부문과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C-BPI) 파이 부문 등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이 밖에 오감자, 예감, 고래밥 등도 국민 과자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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